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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이 정말 잠재된 창의성을 끌어낼까?

근래 자주 들려오는 마약 관련 뉴스를 접하다 보면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예술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마약 적발 사례가 상대적으로 더 많아 보인다는 사실이다.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tv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도 무리 중 하필 마약에 손을 댄 건 미술을 하던 이사라(김히어라 분)였다.



훌륭한 예술 작품의 탄생과 마약은 전혀 관련이 없다ㅣ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실제로, 예술 분야는 마약 중독자가 많은 편에 속한다. 미국 보건복지부(hhs)가 2015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한 해 보고되는 마약·알코올 중독자 중 12.9%가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체 산업군 중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혹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가 마약이 예술가들의 창의성을 끌어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영국 에섹스 대학교(university of essex) 폴 하넬(paul hanel) 심리학과 교수와 독일 훔볼트 대학교(humboldt university) 제니퍼 하제(jennifer haase) 심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 25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마약과 창의성은 전혀 관련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마약과 창의성 사이의 연관성을 밝혀내기 위해 지금까지 발표된 관련 논문 수백 편을 종합해 분석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알려진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필로폰과 같은 메트 암펙타민류이나 환각 버섯 추출물인 실로시빈 등의 마약은 창의성과 전혀 관련 없다"라고 말하며, "창의성을 원한다면 차라리 명상과 여행, 문화 체험 등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논문을 살펴보면, 이들의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몇 가지 등장한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교(leiden university) 연구진이 2015년에 발표한 연구 내용이 대표적인 예다. 라이덴 대학교 연구진은 대마초를 피는 성인 참가자 59명(남성 52명, 여성 7명)을 모집한 후 위약 집단과 저용량 집단, 고용량 집단으로 나누어 대마초와 창의성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대마초는 가장 흔한 형태의 마약으로, 네덜란드나 캐나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합법화까지 됐다. 연구 결과, 연구진은 위약 집단과 저용량 집단의 창의성 혹은 창의력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발견하지 못했다. 반면, 고용량 집단에서는 높은 수준의 창의력 저하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고용량의 대마초 사용은 뇌 기능과 함께 창의력을 저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제니퍼 하제 교수는 "마약과 창의성의 연관성은 너무 미화됐다"라고 말하며, "아마도 과거에는 마약에 중독된 예술가가 건강한 마음을 가진 예술가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는지도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폴 하넬 교수도 마찬가지로 "마약이 없던 창의성을 불어넣어 준다는 것은 일종의 환상이다"라고 강조하며, "마약을 사용해서 얻는 이득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만큼 창의성을 위한 약물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유명 작가 데이비드 쉥크(david shenk)는 2014년 발간된 본인의 책을 통해 "우리가 창의성이라고 부르는 특별한 재능은 이른 시작, 특별한 교육, 꾸준한 연습, 가족의 지원 그리고 학습 의지라는 모든 요소가 긍정적으로 어우러져 탄생한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창의성은 마약과 같은 외부요인에 의지해서는 절대 탄생할 수 없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