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는 것은 부모가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다. 하지만 산모에게는 출산의 기쁨을 누릴 시간도 없이 산후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 ppd)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온다.보건복지부가 2019년에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산모의 50.3%가 산후우울감(postpartum blues)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그중 산후우울증 위험군은 33.9%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통계에서는 출산하는 여성의 35~85%가 산후우울감을 느낀다고 추정한다.
산후우울감과 산후우울증은 비슷해 보이지만, 증상과 정도에 차이가 있어 치료를 위해서는 이 둘을 정확하게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후우울감산후우울감은 분만 후 대개 2~4일 후에 발생하고, 3~5일째 가장 심하다. 가장 약한 우울증답게 길게는 2주에서 짧게는 몇 시간 정도만 지속된다.
증상:산후우울감을 느끼는 산모는 일시적인 우울감, 감정 기복, 슬픈 느낌, 불쾌한 감정, 혼란 등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이유 없이 눈물이 올라오고, 짜증이 나며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는 등의 증상을 겪는다. 그러나 산후우울감으로 인한 증상은 일상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
치료:대부분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특히 가족들의 충분한 지지와 관심, 그리고 산후우울감이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리 사전에 언질을 받으면,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과거 우울증 경력이 있거나 임신 중 우울증, 월경전기증후군을 경험했던 산모는 산후우울감을 경험할 확률이 크다.
원인:산후우울감은 분만 후 급격한 여성 호르몬 수치 변화, 아이를 출산한 것에 대한 스트레스, 엄마로서의 책임감 등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 최성환 원장은 산후우울증은 사람이 헤어지거나, 자기가 소중히 아끼던 것을 잃게 되었을 때에 생기는 우울감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최성환 원장은 “자신의 몸속에서 10개월 동안 간직하고 있던 자신의 분신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으로 서운함과 상실감, 그리고 우울감을 느끼는 것이 산후우울증이다”라고 말했다.
산후우울증산후우울증은 산후우울감과 비슷하지만, 좀 더 늦게 발병하고 증상이 더 심한 형태로 나타난다. 산후우울증은 분만 후 3~6개월이 되면 발생한다. 출산한 산모의 10~15% 정도가 산후우울증을 경험한다.특히 미국에서 산후우울증으로 인한 자살과 약물 과다 복용이 갓 출산한 산모들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증상:산후우울증 증상은 다양하고 산모마다 다르다. 그러나 우울한 기분, 과도한 걱정, 불면, 체중 변화, 부적절한 죄책감, 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등 우울증의 주요 증상과 비슷하다. 출산 후 2주 이상 위와 같은 증상이 계속되면 산후우울증이 아닌지 전문가를 만나볼 필요가 있다.산후우울증은 상기한 증상과는 별도로 산모와 아이의 관계와 관련된 증상을 보이는 것이 우울증과 다른 점이다. 산후우울증만의 증상은 아래와 같다.
-영아 건강에 관한 과도하고 부적절한 걱정-영아에게 무관심-영아를 향한 적대적이거나 폭력적인 행동-자신이 영아나 스스로에게 해를 끼칠 것 같은 두려움-자살이나 영아살해에 대한 생각치료:산후우울증은 산후우울감과는 다르게 조기에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짧게는 수 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 지속될 수 있다. 산후우울증은 방치하게 되면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영아에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산후우울증을 호소하는 산모가 영아를 살해하거나 동반 자살하는 경우가 있다.치료방법으로는 정신치료와 약물치료를 사용하는데, 상황에 따라 두 치료방법을 병행한다. 대개 증상이 심하고 만성적일 때 약물치료를 사용한다. 특히 우울증 과거력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을 때 약물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원인:산후우울증도 산후우울감과 비슷하게 임신 중 우울증을 경험했다면, 산후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 또, 스트레스를 유발할만한 환경에 놓여 있을 때 발생 위험이 크다. 특히 출산 후 배우자나 가족의 지지가 부족하거나,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때 산후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배우자, 가족의 도움은 산후우울증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출산이라는 일생에 엄청난 일을 경험한 산모는 전에는 하지 않았던 수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가족들은 이러한 산모의 상황을 이해하고 충분히 공감을 해줘야 한다. 특히 남편은 배우자의 육아 스트레스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익숙해질 때까지 돕고 아낌없이 응원과 지지를 보내줘야 한다.
도움말 =하이닥 상담의사 최성환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